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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혜진원

사회혁신가
김경미 사회복지사
키워드
#접근성
조직 유형
사회복지시설
매칭 학교
UNIST
공식 SNS

SECTION 01. 사회혁신가 소개

조직 소개
혜진원은 중증장애인이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로, 발달장애인에게 생애주기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삶의 주체자로서 자립 능력을 키우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요즘 고민하는
질문들, 기술과
만난다면?
  1. 1[안전한 목욕·위생관리] 중증 발달장애인의 목욕 과정에서는 낙상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고, 이용자와 지원 인력 모두에게 부담이 됩니다.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욕과 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기기나 스마트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요?
  2. 2[비상상황 대피 지원]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 이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신속하게 대피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빠르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 이동 보조장치나 대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요?
  3. 3[개인위생 자립 지원] 소근육 기능이 부족한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머리 감기나 목욕 같은 개인위생 활동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장애 특성을 고려해 스스로 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기기나 자동화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요?
  4. 4[지역사회 자립생활] 발달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일정 관리, 길 찾기, 안전 확인 등 다양한 일상 활동을 스스로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더 독립적이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과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SECTION 02. 사회혁신가 이야기

01처음 사회 문제를 마주했던 순간의 기억과, 그 인식을 활동으로 바꿔놓은 결정적인 장면은 무엇인가요?

제가 사회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마주한 곳은 장애인거주시설의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처음 현장에 들어왔을 때는 식사, 목욕, 이동, 의사소통, 여가활동 등 서비스를 잘 지원하는 것이 좋은 사회복지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주인이 불편해하면 제가 조금 더 움직이고 세심하게 살피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장 경험이 쌓일수록 개인의 노력만으로 넘기 어려운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거주인이 원하는 것이 있어도 적절한 의사소통 도구가 없어, 직원이 표정과 몸짓만 보고 짐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목욕이나 이동을 도울 때는 장애 특성에 맞는 보조기기와 장비가 부족해 직원이 신체적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습니다. 여러 사람을 동시에 지원하다 보면 한 사람의 선택을 충분히 기다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 거주인의 표정과 움직임을 오래 살폈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이분의 표현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짐작이 아니라 당사자의 뜻에 따라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또 식사부터 이동, 신변처리까지 늘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려야 하는 모습을 보며, 도움을 더 많이 주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해낼 수 있도록 돕는 도구는 없을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경험은 제 관점을 바꾸었습니다. 장애인이 어떤 일을 하기 어려운 이유를 개인의 장애나 능력 부족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과 도구가 마련되지 않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남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 판단 기준은 분명합니다. 사람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그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또한 도움만 받는 사람으로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해낼 수 있도록 선택의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사회혁신의 과제로 이어가게 된 출발점입니다.

02문제해결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가까이 만난 사람들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당사자, 그 곁을 지켜온 가족, 그리고 일상을 함께 지원하는 직원들입니다. 서로의 입장과 고민은 조금씩 다르지만, 바라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로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가능한 일을 스스로 해나가는 삶입니다. 말이나 행동으로 뜻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거주인에게도 좋아하는 음식과 활동,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과 공간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특정 음악이 들리면 표정이 밝아지고, 어떤 분은 익숙하지 않은 일정 앞에서 몸을 긴장시키며 불편함 나타냅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작은 변화를 기록하고 직원들과 공유하며 한 사람의 의사와 선호를 이해해 갑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대신 결정하는 지원’보다 선택지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고, 충분히 기다리며, 당사자의 반응을 선택으로 존중하는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족들은 자녀가 시설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자기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무엇을 먹을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같은 일상의 선택이 존중되기를 원합니다. 따라서 자립과 자기결정은 당사자 개인만의 과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직원들은 반복되는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발견하는 사람들입니다. 제한된 인력과 시간 속에서도 더 나은 지원을 고민하지만, 선의와 헌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함께 경험합니다. 당사자는 자기 삶을 선택하고 싶어 하고, 가족은 그 선택이 존중받기를 바라며, 직원은 그 삶을 안전하게 지원하고 싶어 합니다. 결국 사회문제 해결은 누군가가 정답을 정해 주는 일이 아닙니다. 당사자 · 가족 · 현장 직원이 서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함께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이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먼저 묻습니다.

03사회문제 해결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벽은 중증장애인의 일상에 필요한 지원이 매우 복합적이며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동, 식사, 목욕, 신변처리, 의사소통뿐 아니라 응급상황의 판단과 대피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특히 최중증장애인은 불편함이나 욕구를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직원이 표정, 몸짓, 평소와 다른 행동을 세심하게 살핍니다. 하지만 관찰만으로 당사자의 뜻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직원의 경험과 추정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필요한 지원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 어려운 사람, 손의 움직임이 불편해 식사 도구 사용이나 위생 관리가 어려운 사람, 낯선 환경에서 불안이 커지는 사람에게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화재 같은 응급상황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생명과 바로 연결됩니다. 스스로 위험을 판단하거나 대피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과 알맞은 장비, 실제 상황을 반영한 모의훈련, 안전한 공간 설계가 함께 필요합니다. 지역사회 자립은 단순히 사는 곳을 옮긴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하루 일정을 확인하며, 목적지를 찾아가고, 위험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한글을 잘 이해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은 버스 노선과 정류장 안내, 건물 표지판, 식당 메뉴, 병원 접수 안내, 무인기기 화면처럼 글자 중심의 정보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길을 잃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위험 안내를 제때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뜻과 다른 선택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에 계속 의존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는 당사자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보와 서비스가 다양한 인지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장벽입니다. 그림 · 상징 · 색상 · 쉬운 글 · 음성 안내를 함께 제공하고 천천히 설명하며 기다려 주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림이나 음성으로 뜻을 표현하는 보완대체의사소통 기술, 다음 행동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 주는 일정관리 서비스, 단계별 길 안내, 위기 상황을 지원자에게 자동으로 알리는 안전지원 체계도 개인의 특성에 맞게 연결해야 합니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직원이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지원하도록 돕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립은 혼자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는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고 변화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럴수록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벽을 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어려움을 개인의 한계로 단정하지 않고, 그 사람의 시선과 속도에서 상황을 이해하려는 공감이 필요합니다. ‘왜 못할까?’가 아니라 ‘어떤 환경과 도구가 있으면 조금 더 스스로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당사자의 표현을 존중하고 작은 시도를 기록하고 확인하며 다음 개선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장애 유무나 한글 이해 정도와 관계없이 누구나 지역사회의 정보를 이해하고, 원하는 곳에 가고,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이웃과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당사자 · 가족 · 현장 직원 · 지역사회가 서로의 경험을 듣고 공감하며 환경을 함께 바꾸어 가야 합니다. 이것이 사회복지 현장의 전문성이자 사회혁신을 이어 가는 힘입니다.

04사회혁신가님이 만들고 싶은 변화가 충분히 쌓인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만들고 싶은 사회는 최중증장애인도 재난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똑같이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는 사회입니다. 예를 들어 늦은 밤 시설 2층 생활실 근처에서 불이 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경보가 울리고 복도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면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걷기 어려운 거주인은 비상 피난 슬라이드로 이동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리와 빛에 민감한 거주인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제자리에 멈추거나 익숙한 공간으로 몸을 숨기는 역반응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글 안내를 이해하기 어려운 거주인은 비상구 표지나 문자 안내만으로 대피 방향을 알기 어렵습니다. 현재처럼 직원이 거주인을 직접 들어 옮겨야 한다면 한 사람을 대피시키는데 두 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다른 거주인은 도움을 기다려야 하고, 먼저 밖으로 나온 직원이 남은 사람을 데리러 다시 연기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위험도 생깁니다. 제가 떠올리는 변화된 모습은 화재경보가 울린 직후부터 시작됩니다. 재난대응 시스템이 화재와 연기의 위치를 확인해 가장 안전한 대피 방법과 경로를 알려줍니다. 이동할 수 있는 거주인은 이해하기 쉬운 안내를 보며 종사자와 함께 움직입니다. 이동이 어려운 거주인은 생활관에 마련된 방염 에어볼 또는 슈트 형태의 보호 장치에 탑승합니다. 대피 로봇은 거주인의 상태와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연기와 장애물을 피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합니다. 보호 장치는 높은 층의 거주인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습니다. 관제 화면에는 각 생활실의 대피 여부가 표시되어 누가 남아있는지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체계가 갖춰지면 여러 직원이 한 사람을 힘으로 옮기는 데 매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각 종사자는 맡은 구역의 거주인을 동시에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습니다. 대피를 기다리는 시간과 직원이 위험 구역에 다시 들어가는 횟수도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거주인은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들려 나가는 대상이 아닙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안내를 받고, 평소 훈련한 절차에 따라 대피하는 주체가 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변화는 대피를 조금 편리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화재가 났을 때 ‘누구를 먼저 옮길 것인가’를 급하게 정하고 일부가 구조를 기다려야 했던 상황을 바꾸는 것입니다. 모든 거주인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고,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동시에 대피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난이 끝난 뒤 거주인은 안전하게 지역사회 활동으로 돌아가고, 직원은 생명을 걸고 구조해야 했던 두려움과 신체적 부담 대신 검증된 체계에 따라 모두를 지원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술과 환경, 사람의 전문적인 지원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더 오래 기다리거나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 누구도 마지막까지 남겨지지 않는 사회가 제가 현장에서부터 만들어 가고 싶은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