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가장 처음 마주했던 순간은 제 스스로가 성별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보는 극도로 부족했고, 매체에 나오는 모습은 희화화되거나 극단적인 불행으로 그려지곤 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과 고립감이 저를 둘러싼 첫 번째 사회 문제였습니다. 그 인식을 결정적인 '활동'으로 바꿔놓은 장면은 나와 같은 당사자들을 실제로 만나 서로의 생애사를 나누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2013년경 '조각보' 설립을 준비하며 당사자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이후 '띵동'에서 갈 곳을 잃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손을 잡았을 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이 사회가 성별 정체성을 담아낼 안전한 제도와 공동체를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요. 이 경험은 저에게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고, 변화는 당사자가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판'을 깔아주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주었습니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일상의 장벽을 견디며, 그럼에도 유쾌하고 다정하게 삶을 꾸려가는 트랜스젠더 이웃들 입니다. '트랜스젠더'라는 표면적인 단어 뒤에는 너무나 다채롭고 구체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단지 "학교나 집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받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의 성별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은행 계좌 하나를 만들 때도, 병원에서 이름을 부를 때도, 심지어 길거리에서 화장실에 갈 때도 매순간 검열과 불안을 견뎌야 합니다. 성확정 수술이나 법적 정정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유예해야 하는 청년들도 수없이 만났습니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차별과 낙인, 그리고 이를 돌파하는 '실질적 자원'과 '연대'의 부재 였습니다. 가장 큰 벽은 사회적 낙인과 차별, 그리고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혐오의 시선입니다. 공식 국가 통계조차 이들의 존재를 집계하지 않기에, 당사자들은 사회 속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받거나 가짜 뉴스 및 악성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이러한 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실질적인 자원의 연결: 거창한 담론도 중요하지만, 당사자가 당장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진, 법적 성별정정을 도울 변호사,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이 한국에 몇 명이나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데이터와 기술적 인프라'가 필요하고 태도로는 다정함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단기간에 사회가 완전히 바뀌지 않더라도, 단 한 명의 당사자가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고 위로를 얻고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소소한 존중의 경험이 쌓여 결국 거대한 변화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거나 증명할 필요 없이, 누구나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사회입니다. 제가 꿈꾸는 사회는 어떤 사람도 자신의 성별정체성 때문에 자신의 존재나 신분을 '증명'하거나 '검열'받지 않아도 되는 사회입니다. 달라져 있을 장면 하나를 떠올려본다면 한 트랜스젠더 청년이 주민센터나 은행 창구에 찾아가 신분증을 내밀었을 때, 창구 직원이 신분증의 성별이나 번호를 보고 의아해하거나 훑어보지 않고, 그저 그 청년이 불리고 싶어 하는 이름으로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며 서류를 처리해 주는 장면입니다. 나아가, 나이가 든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노년이 되어 동네 경로당이나 흰머리가 가득한 친구들의 모임에서 웃으며 일상을 나누고 차를 마시는 당연하고도 평화로운 일상입니다.
사회혁신가가 직접 선정한 참고하면 좋은 자료 모음입니다. 이 자료를 활용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회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솔루션이 필요한 현장을 조사해보세요. 이를 통해 ① 사회 문제 및 현장 조사 → ② 문제 정의 → ③ 돕는 기술 솔루션 초기 기획의 과정을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