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분야에서 일을 한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을 진행해왔기에 대도시와 소도시 청소년들의 문화적 차이를 몸으로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흔 중반에 서울 서대문에서 일을 하게 되며, 청소년들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갖게 되는 문화예술, 활동의 기회가 매우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국토균형발전을 정부의 주요 아젠다로 설정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동안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인식('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을 극복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성인 이후의 삶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영위하기를 원하고 있고, 실제로 대부분의 청소년이 그렇게 지역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청소년들이 서울, 수도권의 청소년들과 동일한 수준의 문화예술, 활동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지역과 만나고 이해하며 이곳을 떠나야 하는 공간이 아닌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매우 다양한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밴드를 하며 서로의 호흡을 맞추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청소년들은 자신이 태어나서 성장한 이곳이 더 나은 삶의 터전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 청소년의 시각에서 정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역동의 시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교 안에서 입시라는 굴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그렇기에 입시라는 감옥을 벗어나 새로운 해방구, 다른 지역에서의 삶을, 더 나은 문화생활을 즐기기를 꿈꾸고, 실제로 이를 실행(수도권으로 이주, 대학진학 등)합니다. 지역이 입시라는 감옥의 경험에서 벗어나 친구들과의 추억과 행복한 여가생활의 공간이자 성장 경험의 공간으로 인식되길 희망합니다.
대도시와의 문화예술, 활동 경험의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지역이 하루 아침에, 아니 10년, 20년이 지나도 대도시에 근접한 경험을 주는 것에는 인프라의 차이 등 물리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청소년기 입시만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회풍토를 바꾸는 것에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경 속에서 청소년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환경에 순응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청소년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사랑받기에 충분하다'라는 돈보스코 성인의 말씀처럼 지역으로부터 사랑받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습니다. 사회의 인식과 한계를 이해하면서도,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연대의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그 노력에 기술을 접목한다면 새로운 해결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 청소년이 우리사회의 '진짜 미래'로써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 청소년이 사회의 역동을 만들어내는 사회.